SUNO가 친 대형사고 - 동요 만들려다가 만든 애프터파티
동요를 만들려다가 파티송이 나왔다
푸피빌리지 시리즈 중 "여우와 신포도" 에피소드에 쓸 동요를 만들려던 참이었다.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라 가사는 Suno에게 맡기기로 했다. 겸사겸사 Suno의 작사 실력도 한번 보고 싶었다.
스타일 프롬프트는 영어로,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요" 느낌을 명확히 지정해서 넣었고, 제목란에는 "여우와 신포도"라고 분명하게 써넣었다. 제목까지 못박아뒀으니 최소한 그 이야기 얼개는 반영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물은 완전히 다른 곡이었다. 멜로디도 영어 가사도 동요와는 거리가 먼, 신스팝/펑크 느낌의 성인용 곡이었다. 파티가 끝난 뒤 둘만 남은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곡. 나중에 "애프터파티"라고 이름 붙인 그 곡이다. 제목에 "여우와 신포도"라고 분명히 넣었는데도 내용과 전혀 무관한 곡이 나온 셈이라, 제목 필드가 실제로 곡 내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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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완전히 다른 곡이 왜 나왔는지
프롬프트를 다시 살펴봐도 명확한 원인은 못 찾았다. 스타일 태그 어딘가가 얽혔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단어가 문제였는지는 지금도 확신이 없다. 제목을 명시했는데도 그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도 알아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동요 대신 성인 취향의 로맨틱한 곡이 나온 셈인데, 완성도 자체는 나쁘지 않아서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그래서 이 곡은 이 곡대로 살리고, 여우와 신포도용 동요는 따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
그럼 애프터파티 멜로디를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온 애프터파티 멜로디가 마음에 드니, 이 멜로디에 여우와 신포도 가사를 얹어서 두 번째 곡을 만들면 어떨까. Suno에는 원곡 오디오를 업로드하고 새 가사를 입력하는 기능(Cover)이 있어서, 이걸 쓰면 될 거라 생각했다.
Cover 기능이 생각과 다르게 동작했다
막상 해보니 기대와 전혀 달랐다. 원곡을 올리고 가사를 넣었더니, 보컬이 원곡의 박자나 멜로디 라인에 맞춰 들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곡 구조로 다시 만들어졌다. 원곡은 그냥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줘"의 참고 자료 정도로만 쓰이고, 멜로디 자체를 그대로 가져오는 기능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기능은 원곡의 스타일(장르, 분위기, 악기 구성)을 참고해서 새 트랙을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원곡을 준다"는 행위가 당연히 "이 멜로디에 가사만 새로 얹어줘"로 이해되는데, 실제 내부 동작은 그게 아니었던 거다. 인터페이스가 기대와 다르게 동작한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서야 알았다.
결국 애프터파티에서 파생된 곡들은 전부 남남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애프터파티에서 파생시켰다"고 생각했던 곡들이 사실은 전혀 다른 독립적인 창작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같은 원곡을 넣고 다른 가사를 준 결과물들은, 멜로디도 코드 진행도 박자 구조도 다 따로 생성된 것이었다.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르게 보면 오리지널 곡만 쓴다는 원칙에는 오히려 완벽하게 들어맞는 결과였다. 의도치 않게 매번 진짜 새 곡이 나오고 있었던 셈이다.
여우와 신포도 동요는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결국 여우와 신포도용 동요는 애프터파티와 완전히 무관하게, 처음부터 새 프롬프트로 다시 작업했다. 장르 태그와 무드 지정을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줄여서, 엉뚱한 방향으로 튀지 않게 조심했다.
여전히 못 푼 것
- 처음에 왜 동요 프롬프트가 파티송으로 튀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프롬프트의 어떤 조합이 이런 결과를 만드는지 재현해보지 못했다.
- 제목란에 이야기 제목을 명시했는데도 그 내용이 곡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유도 알아내지 못했다. 제목이 실제로 가사나 컨셉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요소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 원곡 멜로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사만 바꾸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다른 방법(보컬 신디사이저 등)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다.
- Suno의 Cover 기능을 실제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뭔지도 아직 감이 안 잡힌다. 지금으로선 "원곡 재사용" 용도로는 못 쓴다는 것만 확인했다.
정리
동요 하나 만들려다가 전혀 다른 장르의 곡을 얻고, 그 곡을 재활용해보려다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AI 도구의 기능 이름과 실제 동작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겪었다. "원곡을 올린다"는 행위가 곡을 이어받는 게 아니라 그냥 참고자료로 쓰인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을 좀 아꼈을 텐데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