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작(SUNO 등)

Suno에서 한국어 버전을 만들다가, 리듬을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

boyne 2026. 9. 11. 20:24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3개 국어(한/영/일) 채널을 같이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글로벌에서 통할만한 곡을 만들고 이를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Suno에서 한국어 가사로 곡을 몇 개 시험 삼아 만들어봤다. 그런데 발음이 어색한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리듬 자체를 못 살리고 있었다.

 

애프터파티를 한국어로 옮기려다가 "가사치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노가 친 대형사고의 결과로 만들어진 곡이 애프터파티라고 앞서 말한 적이 있다. 이 곡의 느낌을 살려 한글 가사를 넣는 시도를 해봤다. 영어 원곡은 리듬감이 살아있는 곡인데, 이걸 한국어 버전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니 한국어 가사가 그 리듬을 따라가질 못했다. 정확히는, 원곡 멜로디의 음절 수에 한국어 단어를 억지로 맞춰 넣다 보니 이른바 "가사치기"에 급급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뜻은 얼추 맞는데 리듬을 무시하고 음표 하나하나에 단어를 욱여넣은 것 같은, 부자연스럽고 호흡할 틈도 없고 가사를 따라가기에 바쁜 곡이 나온 것이다. 영어 원곡이 갖고 있던 유려한 흐름은 사라지고, 단어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특유의 박자감을 재현하지 못했다

요즘 워낙 유명해진 그 노래, 반복되는 "아파트"라는 단어가 특유의 술게임 박자감을 만들어내는 곡이 있다. 이 리듬감을 참고해서 영어로 비슷한 느낌의 곡을 시도해 봤는데, 결과물은 그 특유의 짝짝 끊어지는 게임 박자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단어는 "아파트"가 들어갔지만, 그 단어가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한 반복과 끊어치는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밋밋하게 흘러가는 멜로디에 단어만 얹혀 있는 수준이었다. 발음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단어가 원래 갖고 있던 박자 감각을 재현하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생각해봤다

두 경우 다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는 한 음절에 담기는 정보량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영어는 한 음절에 여러 자음이 압축되기도 하고, 한국어는 상대적으로 음절이 고르게 나뉜다. 그래서 같은 멜로디, 같은 박자에 두 언어를 그대로 욱여넣으면 어느 한쪽은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에 체감했다. 이건 발음이 뭉개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발음은 또렷한데, 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흐름 자체가 원곡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었다.

 

결국 리듬을 살리려면 가사를 다시 써야 했다

원곡 가사를 그대로 번역해서 옮기는 방식은 결국 맞지 않아서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한국어 자체의 리듬으로 다시 쓰는 방향으로 접근을 바꿔야 했다. 원곡의 의미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한국어로 불렀을 때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지점을 먼저 잡고 그에 맞춰 가사를 새로 짜는 식으로.

 

여전히 못 푼 것

  • "아파트" 스타일의 박자감 있는 곡을 한국어로 다시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프롬프트 조합이 그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내는지 아직 감을 못 잡았다.
  • 원곡 리듬을 살리면서 동시에 뜻도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한국어 가사를 쓰는 방법은 계속 시행착오 중이다. 지금은 리듬이냐 의미냐,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식으로 타협하고 있다.
  • 일본어는 아직 이런 리듬 문제를 테스트도 못 해봤다. 한국어와 비슷한 문제가 있을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정리

영어 원곡의 한국어 버전을 만든다는 게 단순히 가사를 번역해서 얹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언어마다 리듬을 담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원곡의 흐름을 살리려면 처음부터 그 언어의 리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 발음이 정확한지보다, 그 언어 특유의 박자감을 살리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시도였다.